성인용품 업계 첫‘벤처’ 엠에스하모니 이준대표 –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최호열 기자의 호·모·에·로·티·쿠·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民主情事’ 돕는 명랑완구”
성인용품업계 첫 ‘벤처’ 엠에스하모니 이준 대표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 중소기업청 “신성장산업으로 키워보자” 격려
● 미성년자 성관계 때 콘돔 사용 금지하는 나라
● 바이브레이터는 부부관계 이어주는 중요한 도구
● 성인용품 시장 양성화, 성문화 바꾸고 싶다
 

“핑크 콤플렉스를 발본색원함으로써 21세기 선진 민주정사를 도모하고 소외된 침실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국내 초유의 ‘진보 호색적 성인커뮤니티’로 (…) 활발하게 대국민 이데에로기를 생성, 전파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주)엠에스하모니의 회사 소개 문구다. 뭔지 모르게 에로틱하면서 웃음이 나온다. 재기발랄함이 느껴진다. 또한 엠에스하모니는 자사의 사업 내용을 ‘명랑완구/콘돔제조 및 해외수출입 국내유통 기타 서비스업’이라고 규정한다. ‘명랑완구’가 뭔가 하고 회사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니 다른 사람과 함께 보기엔 민망한 성인용품이다. 그래서 이 사이트는 성인인증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19금(禁)’이다.

성인용품은 남성에게 일종의 판타지다. 묘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막상 손을 내밀기엔 주저하게 되는 대상이다. 그런데 10년 넘게 이걸 만들고 파는 이가 (주)엠에스하모니 이준(39) 대표다. 처음엔 호색한이거나 변태가 아닐까 싶었는데, 성인용품업계에선 유일하게 정부로부터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재기발랄한 젊은이다.

성인용품 100만 달러 수출

▼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는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지니(ZINI)라는 브랜드로 콘돔, 바이브레이터, 러브젤, 애널용품 등을 제조한다. 이를 해외에 수출하고, 해외에서 성인용품을 수입하기도 한다. 제조, 수입한 성인용품을 유통·판매도 한다. 도소매뿐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 부르르닷컴(www.bururu.com)도 운영한다.”

▼ 회사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연 매출이 40억~50억 원 된다. 100만 달러 넘게 수출도 한다. 직원은 20명 정도 된다.”

이준 대표는 대학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1997년 졸업했지만 영화판 말고는 갈 곳이 없어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2003년 성인용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 ‘명랑완구’란 표현이 재미있다.

“성인이 사용하는 용품이니까 성인용품이라고 부르는 게 맞긴 한데,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할 땐 그 단어가 싫었다. 너무 직설적이라 ‘변태’들이나 사용하는 것 같은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남자 성기를 ‘고추’라는 애칭으로 부르지 않나. 성인용품도 그렇게 순화할 수 없을까 생각하다 찾은 단어다.”

▼ 성인용품 제조·판매를 직업으로 삼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창업 아이템을 생각했다. 남들도 하는 것을 해서는 성공할 자신이 없었다. 성장성이 있으면서 남들이 쉽게 덤벼들지 못할 테마를 찾았다. 그러다 성인용품이 눈에 들어왔다. 업무 때문에 종종 일본과 미국에 출장을 갔는데, 이 분야 시장이 크고 자유롭고 합법적이었다. 미국은 성인용품을 어덜트 토이(adult toy, 성인장난감)라고 하고, 일반 상점에서도 쉽게 살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미풍양속이라는, 우리에게만 있는 특별한 법 때문이었다. 그런 터부를 깨고 싶고, 금기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 주위 반응은 어땠나.

“집에서 큰 반대는 없었다. 법에 어긋나지 않으면 좋다고 하셨다. 이 사업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늘 당당하게 말한다. 내 앞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대부분 ‘잘 선택했다’고 격려한다. ‘나도 해보고 싶은데 용기가 없었다’는 사람도 있고,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아이템이니 잘 키워보라’는 분도 많다. 지금까지 ‘그런 걸 왜 하느냐’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 원래 성인용품에 관심이 많았나.

“호기심은 있었지만 마니아는 아니었다. 성인용품점에서 구경하는 정도? 콘돔과 젤을 사용하는 정도였지, 바이브레이터나 다른 기구를 사용해본 적은 없었다.”

▼ 당시만 해도 ‘성인용품점’이란 간판을 내걸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오프라인 매장이라면 못했을 것이다. 마침 인터넷 쇼핑몰이 태동했다. 고객과 직접 대면할 필요가 없으니 사업을 하기가 용이했다. 2003년 명랑완구연구소를 설립하고, 사이트를 만들었다. 온라인 판매라 초기 자본금도 많이 들지 않았다. 구매자가 입금하면 그때 도매점에 가서 구입해 배송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하나하나 배워가기 시작했다. 도매상들이 나를 햇병아리 보듯 대했다.”

▼ 홍보는 어떻게 했나.

“성인용품은 홍보할 공간이 없다. ‘19금’이라 일반 사이트에선 노출이 안 되기 때문에 직접 홍보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성인 네티즌의 시선을 끌기 위해 ‘진보 호색적 성인커뮤니티’란 타이틀로 남로당(남녀불꽃노동당)이란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당시 인터넷 딴지일보가 성인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어 패밀리 사이트로 들어갔다. 판매도 별도 사이트를 만든 게 아니고 딴지일보에서 운영하는 딴지몰에서 했다.”

▼ 그런데 왜 딴지일보와 결별했나.

“딴지일보는 성인 사이트도 아니고 정치담론이 강했다. 상업적 성격이 강한 우리로서는 딴지일보의 그런 점이 부담스러웠고, 딴지일보도 우리를 부담스러워했다. 강성 네티즌들로부터 이런 것까지 팔아야 하냐는 비난이 일었다. 그래서 독립의 필요성을 느끼고 2005년 성인용품 쇼핑몰 부르르닷컴을 오픈했다.”

바이브레이터 수입 소송

▼ 성인용품을 파는 쇼핑몰이 합법적으로 가능한가?

“전혀 문제없다. 세무서에 성인용품이란 코드가 있다. 전자상거래 등록만 하면 된다. 전에는 도매상에서 물건을 가져다 팔았는데, 부르르닷컴을 시작하면서 해외에서 직접 수입했다. 무역업자가 된 것이다.”

▼ 성인용품이 합법적으로 수입이 가능하다?

“수입을 하려는데 처음엔 관세청에서 허가하지 않았다. 2007년 여성용 바이브레이터 수입 허가를 놓고 소송을 했다.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은 수출 또는 수입할 수 없다’는 관세법 규정에 대해 ‘여성용 자위기구는 부부 간의 원만한 성생활을 돕는 구실을 하고 자위행위 자체가 선량한 풍속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내 주장이었다.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2009년 승리했다. 2010년엔 남성용 자위기구 건도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 그전엔 다른 수입업자들은 어떻게 들여온 것인가.

“그건 알 수 없다. 우회적인 방법으로 들여오지 않았을까 싶다. 섹스토이란 정확한 용도로 수입을 합법화한 것은 내가 처음이다.”

▼ 우회적으로 수입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굳이 소송까지 한 이유는.

“성인용품 양성화를 위해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2007년 세계 성인용품 현황도 확인할 겸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성문화 전시회인 ‘비너스’라는 성인용품 박람회를 찾았다. 가히 신세계였다. 분위기부터 우리의 매장과는 판이했다. 정장 차림의 종사자들 얼굴에서 자긍심이 느껴졌다. 멋지고 아름다운 제품이 즐비하고 마트에 진열해놔도 손색없을 만큼 전혀 음란해 보이지 않은 것도 많았다. 성인용품이 음지의 사업이 아니라 국제적인 비즈니스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법이 말하는 ‘음란성’의 기준, 관세청이 말하는 ‘풍속 저해’의 기준을 법적으로 따져보고 싶었다. 물론 음란성은 규제해야 하고, 미풍양속을 해치는 것도 규제해야 한다. 무분별한 성인용품 수입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이해한다. 하지만 규제 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사회 통념에 최대한 부합해야 한다고 보았다.”

▼ 제조업까지 손을 댄 이유는.

“우리나라는 성인용품 시장 규모도 작은 데다 규제가 많아 사업하기 힘들다. 차라리 외국에 진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려면 우리 브랜드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생각지도 않았던 제조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솔직히 성인용품 산업의 ‘풀 라인’을 세팅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쉽게 말해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사뿐 아니라 부품회사, 철강회사, 판매회사 등 자동차산업의 모든 라인을 갖췄다. 나도 성인용품의 제조, 유통을 하나의 라인으로 만들고 싶었다. 궁극적으로는 성인용품 왕국을 만들고 싶었다.”

▼ 그래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세계적으로 히트한 성인용품들을 보면서 ‘이런 건 우리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가격은 비싼데 원가가 얼마 안 들어가는 것 같았다. 쉽게 시작했다가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번 돈을 다 까먹었을 정도로 투자비가 엄청 들었다.”

▼ 성인용품도 여러 종류가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은 섹스리스 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 남성용 자위기구가 많이 팔린다. 하지만 세계시장을 놓고 보면 바이브레이터 시장이 더 크다. 우리는 바이브레이터를 혼자 자위할 때 사용하는 기구로만 생각하지만 서양에서는 그렇지 않다. 커플이 서로 애무할 때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큰 시장을 노리고 바이브레이터 개발에 도전했다.”

 

성인용품업계의 ‘삼성’

▼ 원래 기계 전자 쪽에 전문성이 있었나?

“완전 문외한이었다. 처음엔 기존 제품을 무조건 분해했다. 어떤 부품이 들어가 있는지,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를 눈으로 본 후 전문가를 찾아가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금형이 뭔지, 실리콘이 뭔지, 배터리와 모터가 어떤 게 있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연구를 위해 직원도 새로 뽑았다.”

▼ 기술자를 뽑으면서 ‘성인용품 만들려고 한다’고 말하면 반응이 어떤가.

“많이들 놀란다. 하지만 휴대전화든, 청소기든, 바이브레이터든 다 같은 기계일 뿐이다. 성인용품이어서 만들기 싫다는 기술자는 없었다. 문제는 실력 있는 기술자나 하도급업체를 만나기 힘들다는 점이다. 실력 있는 기술자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대부분 대기업 하도급을 받아 일하려 하지 우리 같은 영세업체랑 하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직원들 능력을 키워가며 만들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에게 ‘우리가 성인용품업계의 삼성이 되자’고 말했다. 프라이드를 심어주고 싶었다.”

▼ 만들어보니 어떻든가.

“바이브레이터에는 생각보다 과학적 원리가 많이 담겨 있다. 미세한 진동을 적절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모터를 한 개 쓰느냐 두 개 쓰냐에 따라 달라졌고, 건전지 배터리 방식이냐 충전 배터리 방식이냐에 따라 달라졌다. 표면 역시 어떤 실리콘 제품을 쓰느냐에 따라 감촉이 달라졌다.”

▼ 시제품이 만들어지면 임상실험을 해야 하는데….

“그건 걱정 안 했다. 부르르닷컴 사이트 회원이 50만 명이 넘고, 연령대도 다양하다. 20대에서 40대가 가장 많지만 60대, 70대도 있다. ‘빠루타(빠구리+마루타의 합성어)’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띄우자 신청자가 줄을 섰다. 이들은 피드백이 빠르고 아주 솔직하다. 개발에 큰 도움이 되었다.”

▼ 직원들이 먼저 사용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직업이 행복하면서도 불행한 게, 이걸 만들고 영업하는 게 일이 되어버린 거다. 성형외과 의사는 처음엔 예쁜 여자 보면 즐거웠지만 나중엔 어디를 손봐야 할까만 생각한다고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준 대표가 엠에스하모니가 만든 바이브레이터들에 대해 국제 성인용품 박람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레드닷 제품디자인상 수상

이렇게 해서 2009년 국내 기술력만으로 만든 독자 브랜드 ‘지니(ZINI)’가 탄생했다. 바이브레이터는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실물 모형으로 주로 미국에서 선호한다. 또 하나는 실물 느낌보다는 디자인이 강조된 모양으로 유럽에서 선호한다. 지니는 기존의 미국이나 유럽 제품과는 디자인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유형의 제품이다. 1호는 여성 성기 삽입과 클리토리스 자극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고리형 디자인의 바이브레이터 로애(ROAE)였다.

“기존 제품은 일자형 스틱이어서 상대방이 해줘야지 여성 스스로 하기엔 불편했다. 고리형은 여성이 혼자 자위할 때도 잡기 편하도록 디자인돼 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이후 우리 것을 모방한 고리형 제품이 외국에서도 많이 나왔다.”

2호 제품으로 커플용 바이브레이터인 지니 듀스(DEUX)를 출시했다. 타원형의 바이브레이터로 남성용과 여성용 두 개로 나뉜다. 언뜻 보아서는 그 용도를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디자인이 유려하고 고급스럽다. 여성용으로는 클리토리스나 유두를 자극할 수 있고, 남성용은 회음부를 자극할 수 있어 커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성인용품에 문외한인 기자로서는 커플용 바이브레이터의 용도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유니섹스 핸즈프리라는 신형 제품 ‘도넛(DONUT)’ 역시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끝이 이어지지 않은 링 모양인데, 양쪽 끝에 진동장치가 있었다. 여성 혼자 사용할 때 삽입과 클리토리스 자극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되었지만 커플이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기자의 무지와 상관없이 커플용 바이브레이터는 2010년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으로 손꼽히는 독일 레드닷 디자인어워드(red dot award)와 이프디자인 어워드(iF award)에서 제품디자인상을 수상했다. 남녀 커플 바이브레이터로는 세계 최초 수상이다. 2012년 러시아에서 열린 국제 성인산업 전시회(X-Show)에서도 ‘올해의 성인용품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성인용품 산업에서 후진국으로 분류됐던 우리나라의 위상을 한층 높인 셈이다. 또한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우수디자인(GD)으로 선정한 바 있다.

“처음부터 목표가 디자인 어워드 수상이었다. 신생업체가 남들과 다른 디자인을 내놓으면 경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엠에스하모니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사업을 지원하는 등 사회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 제작은 어디서 하나.

“중국에서 OEM 방식으로 제작한다. 우리가 디자인과 요구사항을 제시하면 그대로 만들어준다. 중국에서 못 만드는 부분은 협력사를 찾아서 해결해준다.”

▼ 국내에서는 제작이 불법이라서 중국에서 만드는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도 아무 문제없다. 하지만 가격도 안 맞고, 기술도 안 된다. 기술이 되는 곳은 10만 개, 100만 개씩 대량생산을 해야 한다. 반면 우리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주는 국내 기업은 없다. 중국에서 만들어도 질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세계 전자제품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만든다.”

그는 다른 제품들도 보여줬다. ‘야누스(JANUS)’라는 이름의 남성 애널용 기구도 있었다. ‘딥(dib)’이란 남자 자위기구도 있는데, 성기를 삽입하고 전원을 켜면 안에서 부드러운 실리콘 계열의 재질이 회전하면서 성기를 자극하는 원리였다. 마사지젤도 있다. 남성용과 여성용이 있는데 남성용은 청량감이, 여성용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둘 다 흥분 유도 성분이 들어 있어 성감 향상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콘돔이 헐거운 이유

소치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대회 기간 동안 선수촌에 콘돔 10만 개를 배포했다. 참가 선수가 약 2800명이니 대회 기간 16일 동안 선수당 콘돔 35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선진국의 콘돔 사용률은 평균 30%, 일본은 60%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15% 내외에 불과하다. 엠에스하모니는 2012년 콘돔 시장에 뛰어들었다.

“세계 1위인 영국 듀렉스를 이기고 싶어서 만들었다. 그동안 번 돈을 다 끌어모아 충북 진천에 3000평(약 9900㎡) 규모의 공장을 만들었다. 콘돔 공장을 만든다고 할 때 주변에서 다 미쳤다고 손가락질했다. 이제 시작 단계다.”

▼ 우리나라 콘돔 시장 현황은 어떤가.

“콘돔 시장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컨슈머 마켓과 정부나 유엔을 상대로 한 납품용 시장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컨슈머 시장은 100억 규모로 시장이 작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 콘돔 회사는 거의 납품용 콘돔에만 치중해 일반인을 위한 스페셜 제품이 거의 없다. 그래서 컨슈머 시장은 일본 제품이나 듀렉스 제품이 장악했다.”

▼ 납품용과 시중용의 차이가 뭔가.

“전 세계 모든 정부가 콘돔을 산다. 우리나라도 조달청을 통해 대량구매해서 군대나 성병 예방 캠페인 등에 사용한다. 그런데 납품용 콘돔은 딱 2가지 기능만 필요하다. 성병 예방과 피임이다. 제조자도 그 기준에만 맞춰 제작한다. 다른 것은 생각 안 한다.”

▼ 그게 뭐가 문제인가.

“우리나라 남자들이 콘돔 사용을 싫어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우선,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 납품용 콘돔은 국제 규격에 맞춰 제작하는데, 국제 규격은 유엔 등에서 주로 아프리카에 에이즈 예방용 등으로 배포하기 때문에 아프리카 흑인을 기준으로 사이즈를 정한 것이다. 아시아인의 성기는 그것보다 작다. 따라서 국제 규격 콘돔을 사용하면 헐거운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둘째, 성감이 떨어진다. 콘돔은 얇을수록 촉감이 좋은 법인데, 납품용은 두께는 문제가 안 되기 때문에 얇게 만들 필요가 없다.”

콘돔이 성감을 떨어뜨린다는 문제는 세계적인 고민인 듯하다. 빌 게이츠 부부가 운영하는 빌·멀린다 게이츠재단은 쾌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차세대 콘돔 개발자에게 10만 달러를 주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 이곳 콘돔의 장점이 뭔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제품이나 듀렉스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들 제품이 납품용보다 판타지를 주기 때문이다. 종류부터 다양하다. 아주 얇아서 감촉효과를 높인 것도 있고, 사정을 지연하는 마취제를 넣은 것도 있다. 일반 제품보다 외면에 젤을 3배나 더 발라 삽입을 부드럽게 해 여성의 감촉을 좋게 한 여성용 콘돔도 있다. 이처럼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 맞춤형 콘돔 시장이 서서히 넓어진다. 우리도 이 정도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새로운 콘돔을 개발하는 중이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A등급

엠에스하모니는 2010년 성인용품 회사로는 유일하게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다. 같은 해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 BIZ) A등급도 획득했다. 음지의 성인용품을 양지로 끌어낸 첨병이라 할 수 있다.

“수출 실적도 좋으니까 중소기업청에서 성인용품을 신(新)성장산업으로 키워보고 싶다며 도와줄 게 없느냐는 전화를 하기도 했다. 관세청에서는 계속 문제를 삼는데, 다른 한쪽에선 키우겠다고 하는 게 아이러니다.”

▼ 우리 성인용품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음성적인 시장은 모르겠고, 인터넷 쇼핑몰 등 양성화된 시장 규모는 2000억 원대로 알고 있다. 해마다 성장한다. 특히 온라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중소기업이 도전하기에 좋은 시장이다. 대기업이 이런 분야에 진출할 수는 없지 않나.”

▼ 우리 정서상 오프라인 시장은 성장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성인용품 전문점에서만 파는 것도 문제다. 다른 선진 국가들은 일반 편의점이나 잡화점, 드러그스토어(Drugstore)에서도 콘돔, 바이브레이터를 판다.”

▼ 청소년보호법에 위반될 것 같다.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포털 사이트에서 ‘콘돔’을 치면 ‘19금’이 뜬다. 성인인증을 받아야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다. 또한 미성년자에게는 콘돔을 팔 수 없다. 바꿔 말하면 19세 미만은 성관계를 할 때 콘돔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정부에서 금지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생겨난 문제는 누가 책임지나. 청소년용 콘돔까지 만드는 나라도 있다.”

▼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하면 변태란 인식이 퍼져 있다.

“인식을 바꿔야 한다.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도구다. 바이브레이터는 자위의 기능과 커플의 관계를 이어주는 두 가지 구실을 한다. 자위의 관점에서 보면 누구에게나 욕망을 해소할 출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 해소책을 막는 게 더 큰 문제다. 우리나라에만 자위나 성매매가 있는 게 아니다. 전 세계 공통 현상이다. 선진국들이 성인용품을 양성화하는 것은 그만큼 긍정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박카스 아줌마’가 왜 있나. 70, 80대 노인도 사정 메커니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걸 해소하지 못하니 노인 성범죄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 노인이 성인용품을 구매하는 비율이 낮지 않다.”

엠에스하모니가 만든 성인용품들.

성인용품은 헬스케어 일부

▼ 부부 사이에 바이브레이터가 필요한가?

“미국이나 유럽 사람에게 성관계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물으면 보통 1~2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슨 변강쇠냐’며 ‘그렇게 길게 하는 게 가능하냐’고 묻는다. 우리는 성기를 삽입하고 피스톤 운동을 하는 핵심 코스만 성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3분, 5분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반면 외국인은 분위기를 잡기 위해 촛불을 켜고 와인 마시고 달콤한 대화를 하고 서로 애무하고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하는 시간을 다 포함한다. 그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그가 보여준 에그형 2개가 한 세트로, 서로 무선으로 연결돼 한쪽에서 켜면 동시에 진동이 되는 바이브레이터 제품의 용도가 조금은 이해됐다.

▼ 우리 성문화에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데.

“수십 년을 똑같은 체위로 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부부 간에 섹스가 재미없어져 섹스리스가 늘어나고, 남자들이 다른 곳에서 해소하는 것이다.”

그는 SM에 대한 세간의 인식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이 레고를 가지고 역할놀이를 하는 것처럼 SM(Sadism&Maso-chism)도 룰을 정해놓고 하는 역할놀이다. 현실에서 풀지 못하는 금지된 욕망을 역할놀이로 푸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하이클래스의 유흥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우린 그걸 변태놀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전자제품회사인 필립스가 헬스케어 회사로 변모한다. 헬스케어가 총매출의 40%를 차지할 정도다. 그런 필립스에서 성인용품도 개발한다. 바이브레이터와 흔들리는 초를 세트로 만들어 판다. 섹스토이 대신 릴레이션십 케어(relationship care)라고 한다. 관계개선이란 뜻인데, 성인용품도 헬스케어의 일부라고 본 것이다.

 

▼ 세계 성인용품 시장은 어디까지 왔나.

“섹스로봇 록시(Roxxxy)처럼 실제 사람과 흡사하게 만든 걸 제외하면 대부분 바이브레이터와 여자 성기를 본뜬 남성용 자위기구가 전시된다.”

▼ 그 두 종류로 박람회까지 한단 말인가.

“그건 자동차도 마찬가지지 않나. 다 같은 자동차이지만 저마다 디자인과 성능이 다른 것처럼 바이브레이터와 남성용 자위기구도 제품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 박람회가 열릴 때마다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을 가진 제품이 출품된다.”

성인용품 백화점

▼ 새로 개발 중인 제품이 있다면?

“지금 구상 중인 것은 섹시란제리와 양초(candle)다. 외국 바이어들이 그걸 많이 원한다.”

▼ 양초도 성인용품인가?

“다양한 향기를 넣은 초도 인기고, 저열초도 있다. SM에서 촛농 떨어뜨리기를 많이 하는데 촛농이 뜨겁지 않고 마사지오일처럼 몸에 바를 수도 있게 만드는 것이다. 섹시란제리는 섹스할 때 쓰이는 유용한 속옷이다. 우리 사이트에서 스타킹이 한 달에 몇 백 개씩 팔린다. 섹시란제리는 더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우리나라엔 제대로 된 성인용품숍이 없다. 외국은 도시마다 대형 성인용품 쇼핑몰이 있다. 그동안 전국 7곳에 테스트숍을 운영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여건이 되는 대로 홍대 앞 같은 번화가에 제대로 된 성 박물관 겸 백화점을 만들고 싶다.”

▼ 백화점 차릴 만큼 성인용품 종류가 많나?

“최소한 5층 규모는 돼야 웬만큼 전시할 수 있다.”

▼ 회사를 경영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뭔가.

“명랑사회 건설이다. 회사명의 MS가 명랑 소사이어티의 약자다. 해학과 철학이 있는 성인용품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재미와 유머를 주고 싶다. 우리 사회는 유연성이 부족하다. 성도 마찬가지다. 딱딱하고 고루하고 정형화한 성만 강요한다. 정상체위만 가능하고, 여성상위조차 천박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반면 성매매 등 퇴폐산업은 비대하게 발전한다. 이런 사회에 바이브레이터를 써서 해결하는 게 정상이고 2차를 가는 게 비정상이란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건전하게 성 욕구를 해소할 수 있도록 이 시장을 양성화하고 싶다. 성문화를 바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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